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리뷰

쓸만한 인간의 저자 박정민에게,

by freshblown 2019. 11. 26.

<박정민, 쓸 만한 인간, 2019.10.10>

 

여느 날처럼 그저 죽고싶던 날 만난 책.

무제 편을 보고서는 막연하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14,200원을 결제했다.

 

내내 낄낄거리다가 어느 순간에서는 코가 찌릿하기도 하고, 어느 지점에서는 진지하기도 한.

읽으면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견딜 수 없는 그런 책을 아주 오랜만에, 

예를 들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댄스댄스댄스 라든가, 1Q84라든가,

박민규의 카스테라라든가, 한강의 채식주의자 같은 책을 만났다. 

참을 수 없는 존재의 등장이었다.

 

아주 매력적인 사람 같다. 

이를테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말대잔치를 벌인다거나

한편으로는 본인의 전문 영역에 대해서 이토록 진지할 수 없다. 

어느 순간에서는 이 사람이 왜 연기에 그토록 집착하는가에 대해서 궁금해지기도 한다.

단순히 우연한 기회에 천착하게 됐다기에는 좀 부족하다. 아예 콜링이라는 단어로 이유를 설명한다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.

 

매거진 에디터의 일, 창업가의 브랜딩, 슈독같은 베스트 경영서적 사이에서 허우적대고 있던 내게 평일 단 삼일동안 지하철에서 혹은 침대에서 혹은 귀가하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집어들고는 일어선 채로 읽어낸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다. 적어도 나에게는 이런 경우가 근래 10년간은 없었기 때문.

 

책에서는 내내

 

당신을 응원한다.

다 잘될거다.

 

라는 말을 이어간다. 하지만 위로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. 차라리 혼잣말에 가깝다. 그저 현상을 설명하는 수준의 담백함이다.

책에서는 "..."의 침묵과 "그랬구나. 가끔은 그럴 수 있어."의 동의가 필요한 순간(박정민, 쓸 만한 인간, 2019.10.10, 161p)을 명시한다. 

작가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에게 마주서서 토닥이지 않는다. 은근하고 조용하게 내 옆에 와서는 맥주캔을 '탁'하고 따서 옆에 두는 식이다. 

그리고는 자신의 맥주를 꿀꺽하고 요란하게 마시겠지. 아무말 없이 가만히, 나란히 앉아 먼 곳을 바라볼 뿐이다.

 

그리하여,

나는 오늘도 버틴다.

그리고 언젠가 또 여느날처럼 죽고싶은 날

작은 서랍속에 초콜릿처럼 그의 글을 계속 읽어야겠으니

 

그대여, 쓸 만한 인간으로

오늘도, 내일도, 늘 자리해주소서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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